작년 음력설이 진짜로 엊그제 같은데, 다시 금년에도 설날이 돌아왔다. (이런 느낌으로 시간이 흘러간다면 우리 녕이도 금방 자라겠지..^^)

이번 설날 연휴 기간에는 본가나 처가에 가지 않았다. 본가는 부모님과 형님 가족, 외조카들이 일본으로 여행을 가셨고, 처가의 경우, 이제 8개월 째인 복중의 녕이와 녕이 엄마인 미시즈 소영을 데리고 교통 체증을 뚫고 공주에 가기도 조금 부담되어 미리 말씀을 드려 놨기 때문. 그래서 자의반 타의반으로 이번 설은 우리 부부 둘이 서울서 보내기로 했다. 아니, 복중의 아이까지 합치면 우리 가족 셋인거다. ^^

설 전날 오후, 차 계약을 마친 후에 미시즈 소영과 장을 보아 가지고 와서 설날 연휴에 먹을 전을 부쳤다. 제사를 지내진 않을 거라, 그렇게 많이 하지는 않았어도 두시간이나 더 걸렸다. 무거운 배 때문에 허리를 부여잡고도 열심히 전 부치는 녕이 엄마, 미시즈 소영의 모습이 참 좋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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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전날 전부치기


설날 당일에는 전날의 피로 때문인지 조금 늦게 일어났다. 허기가 텍사스 소떼처럼 몰려와, 부랴부랴 떡국을 끓이고 설날 아침상을 차렸다. 소고기 양념 고명을 얹은 떡국은 역시 굿! 어제 바로 만들고 난 후에 맛 본 전 맛은 조금 밋밋했는데 어제와 달리 꽤 괜찮았다. 어제는 기름냄새가 많이 배어서 맛을 잘 몰랐던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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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세배. 부부 끼리 번갈아 받는 것도 좀 어색하여 맞절! 사실 정확히 따지면 나는 복중의 녕이에게도 세배를 받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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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절 중이라 사진을 찍지 못해 그림으로 대체 --;


어제 음식 만들 때의 행복감과 아직 나오지도 않은 복중의 녕이도 미리 세배를 했다는 흐뭇함에 기분이 업되어, 아이에게 세뱃돈을 주었다. 물론 미시즈 소영도 내게 세뱃돈을 주었지.(액수가 같은 바람에 등가교환이 되어 버렸지만 ...^^) 소영이 내게 해 준 덕담은 아주 시기 적절한 "운전의 달인이 되시오" 였다.

저녁에는 자식 둘을 일본에 떠나 보낸 누님과 매형이 친정(!)인 우리집에 오셨다. 함께 저녁을 먹고, 한강 둔치에 가서 매형 차로 주차연습을 하고 돌아왔다. 간단한 다과 후에 배웅을 하고 시계를 보니 10시 30분이다.

재미있게 잘 보내준 녕이 엄마에게 고마움을 많이 느낀, 나름 보람된 하루였다.
녕아, 소영아, 사랑한다.

2008/02/10 10:38 2008/02/10 10:38

(앞글에서 이어집니다 ^^)

  지금도 별 다른 건 없지만, 입사할 당시인 2004년에 NHN에는 아는 사람은커녕 같은 학교 사람들도 거의 없었다. 그래서 그런지, 이후에 나를 알아본 한게임 마케팅 부서에 있는 학교 후배가 연락해 와서, 회사 내의 같은 학교 사람 수를  열 손가락으로 셀 수 있다고 이야기해 주었을 때 그다지 놀라지 않았다. 누군가가 "그 학교 출신들은 대체 어느 회사에서 근무하죠? 제 주변에는 몇다리를 건너 봐도 진짜 없더라고요."라고 물어왔을 때도 그냥 그러려니 했다. 누구나 시각은 조금씩 다를지 몰라도, 개인적으로는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100%는 아닐지라도 선입견 없이 거의 모든 사람들을 대할 수 있고, 나 역시 지금까지의 모습보다는 지금부터의 모습으로 동료들의 평가를 받을 수 있으며, 그렇기 때문에 훨씬 자유롭게 뜻하는 바대로 열심히 일할 수 있을 거라는 확신 때문이었다.

  지금도 가끔 팀원들과 나누는 이야기중에 "담금질"이란 게 있다. ^^ 낯선 사람에 대해 서먹하게 대하는 개발자군 특유의 분위기가 그 당시 NHN에는 더 고도화(!)되어, 그런 분위기가 마치 철강재료를 뜨거운 열기구에 넣어 단단하게 만드는 담금질과 비슷하다는 느낌에 내가 붙인 이름이다. 입사 후 한 달 동안 나한테 말을 걸어 준 사람은 나와 같은 파트에 있었던 동료 둘(S대 98학번인 최규식씨와 97학번 이승규씨. 참으로 고마운 친구들이다. 학교에 돌아가서도 정말 잘 되길 바란다.) 빼고는 한 명도 없었다. 심지어는 점심시간에 잠깐 화장실에 갔다 오면 사람들이 모두 밥먹으러 나가고 아무도 없는 경우를 경험한 적도 꽤 되었다. --; 나중에는 오해를 풀었으나, 그 당시에는 내가 학위를 받고 온 사람(당시 사내에 한두 명밖에 안 되는)이라는 것에 대한 거부감 때문에 그러는 건 아닌지...라고 생각한 적도 있을 정도다.

  한데, 나는 지금껏 내가 학위자라고 의식한 적이 없었다. "선입견을 없애고 싶다"는 차원의 의식조차도 없었고 지금도 그렇다. 난 그냥 컴퓨터가 좋아서 이쪽 일로 들어선 사람이었다. 2지망으로 지질학을 전공하게 되어 열심히 돌을 깨는 도중(ㅎㅎ)에도 하고 싶은 공부를 원없이 하자는 생각에 복수전공으로 다시 전산학을 하게 되었고, 두어번의 선택의 기로에서 석사와 박사 과정을 하게 된 이유 역시 "공부한 것 계속 열심히 더 가꾸며 멋진 것들 만들어 가는 개발자"를 꿈꾸며 그렇게 되기 위한 경험과 준비를 조금 더 꾸준히 쌓기 위해서였다. 솔직히 말하자면 나는 오히려 연구자보다 개발자라는 타이틀이 더 멋있다고 생각하며, 공부로 치면 회사에 들어와 실무와 부딪히며 더 재미있고 실용적이며 "정말 공부구나"라고 생각케 해주는 공부를 더 많이, 계속 하고 있다. 얼마나 소중한 요즘인지, 절절히 인식하고 있다.

  참, 학위가 의식되는 순간이 하나 있긴 하다. 나는 검색서비스를 만드는 데 필요한 재료를 연구개발하는 부서에서 팀원들과 함께 일을 하고 있다. 학교에서 공부한 것과 이리저리 연관되는 부분이 많지만 실무에서는 조금 더 신경이 쓰인다. 우리 부서에서 결정하고 진행하는 것들이 결국 서비스의 품질과 기획에 영향을 주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 날마다 공부하고 경험을 쌓고 대비하지 않으면 결국 나는 잘못된 결정을 하게 될 것이고, 그런 잘못된 결정은 전체 서비스와 회사에 좋지 않은 결과를 가져다 줄 것이며, 같이 일하는 팀원들에게도 좋지 않을 것이다. 만약 이런 상황이 생긴다면, 정말 자지러질 정도로 폼나는 연구해서 멋지게 딴 학위는 아닐지라도 나는 정말 학위를 의식할 것 같다. --;

(계속)
2007/09/03 01:06 2007/09/03 01: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