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들어 첫 완독을 찍은 책.
컴퓨터 산업 초반기부터 지금까지 IT 업계를 주름잡고 있거나 흥했다가 망했던 소프트웨어/하드웨어 기업들의 초절정 삽질 역사를 모아 놓은 일종의 "얼씨구나 강건너 불구경 즐기세"류의 책이다. 경영학/마케팅 쪽에서는 매우 유명한 고전이라고들 하는 <초우량 기업의 조건>(In search of Excellence)을 비꼰 제목이고, 시작부터 그 고전 서적의 내용 중 상당부분이 순 뻥조작이라는 이야기와 그에 대한 근거를 제시하며 과거 20년 동안의 미국 IT 기업들의 한심한 작태들을 서술해 간다.

완독 후에는 웃음보다는 정말이지 웃을 수만은 없는 많은 배울 거리를 챙길 수 있어서 더욱 감사하고 있다.
삽질하며 쇠락의 길로 갔거나 상당 부분의 주도권을 빼앗긴(망했다는 건 아니며, 다른 쪽으로는 어떻게 회생한) 회사들, 이를테면 dBase III의 명가였던 애시톤테이트, 워드스타의 마이크로프로, 네트웨어의 노벨, 애플로 흥하고 애플로 찌그러든 애플, OS/2로 아주 대차게 삽질한 IBM, 모질라의 넷스케이프, 반독점법 시비 시절의 마이크로소프트 등을 보면 하나같이 세 가지의 공통점이 적절히 어느 정도의 비율로 섞여 있었다.
- 변화를 거부하거나 게을리한다 : 아주 좋은 문구가 있어서 대신한다.
...<초우량 기업의 조건>이 분석한 회사 대다수는 이미 무르익었거나 안정적인 시장을 지배하던 대기업이었다. ... 이런 비즈니스 환경에서는 회사는 혁신을 일으킬 변화가 일어나기 힘들고 자아도취에 빠질 시간도 충분하며 회사는 성공에 취해 판단력도 흐려진다. 그래서 IBM이나 DEC과 같은 대기업은 자신들의 착한 천성이 성공을 불러왔다고, 즉 자신들이 착해서 성공했다고 믿기 시작한다. 피터스와 워터만이 이들을 인터뷰할 무렵에는 대다수 기업이 과거를 답습하면 미래가 보장된다는 믿음 아래 조직의 사고 방식과 프로세스를 경직시키는 내부문화를 확립하고 있었다. 이들은 초우량 기업이 아니라 관절염 환자였다."
- 오만해진다 : 원래 싸구려였던 본성을 드러낸다고나 할까. 변화에 대한 거부가 정체로 이루어지면 좋겠는데, 슬슬 다른 경쟁사나 외부 관계자에게 상처를 입히기 시작한다. 넷스케이프의 마크 앤더슨이 MS를 겨냥하여 "레드몬드 꼴통들"이란 말을 공석에서 서슴지 않다가 결국 이에 필 받은 MS의 IE에게 다 따라잡혀서 웹브라우저에서 짱 자리를 빼앗긴 것이 대표적인 예다.
- 대언론활동이 미숙하다 : 아무리 언론이 미숙하고 미련 곰탱이이며 짱 무지렁이일지라도, 결국 대부분의 소비자들도 비슷한 수준인 이 사회에서는 정말 중요한 요소다. 오만하다는 인식. 뭔가 숨긴다는 인식, 이상한 짓을 한다는 인식(그게 사실이 아닐지라도!!) 등등을 괜히 심어주기 시작하면 어느 순간부터 신뢰가 무너지기 시작한다. 타이레놀 사건을 덮지 않고 진실된 모습으로 다가가 오히려 신뢰를 회복한 존슨&존슨과 대비되는 인텔의 실수계산치매 펜티엄 사건이 그 예다.
현재 우리 나라 IT 기업들은 어떻게 하고 있을까? 아니, 기업 내의 소 조직만 보아도 그렇다. 우리나라 IT 기업 내의 개발팀이나 사업부 등의 현 모습 역시 비슷하지 않을까?
요즘 시기에 딱 적절히 읽은 책이라고 생각한다.

